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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으로 추모합시다
조 근 래
2005년 04월 25일(월) 03:45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구미경실련 사무국장

 구미시가 ‘그린구미 50만그루 시민나무심기운동’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헌수 및 기념 식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민관운동이다. 구미시의 녹화사업이 이렇게 확대되기까지 일조를 해온 구미경실련으로선 매우 반가운 일이다. 주관부서인 공원녹지과는 지난 15일, 예식장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열어 ‘결혼 기념식수’를 적극 권유해줄 것을 당부했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최양진 박동국 추모 숲’을 소개하면서 시민들이 나무와 숲으로 추모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3월 15일 동락공원 민속정원 입구 농구장 테두리 70여 평에 ‘최양진 박동국 추모 숲’이라는, 구미지역 최초의 ‘추모 숲’이 시민들의 자발적 의지로 공공장소에 조성됐다.
 구미에 없어서 청주에서 가져온 ‘꽃은 우아하고 낙엽은 화사하며 줄기는 우람한’ 튤립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세 그루, 주목 네 그루 등 15년생 아홉 그루로 조성된 추모 숲은 구미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민주노조운동과 민중당 활동, 진보적 이념운동에 헌신하다가 미혼인 데다 서른을 갓 넘긴 청춘의 절정에서 1992년 7월 24일과 1991년 4월 3일 각각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두 사람과 함께 했던 동지 28명이 340만원을 모금해 만들었다.
 오리온전기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최양진씨는 당시 조합원이 3천여 명에 달했던 노조의 위원장 선거에 몇 차례 출마해 번번이 1위에 진출했으나 결선에서 낙선하다가 끝내 해고됐으며, 해고된 후에도 복직활동과 민중당 활동에 열심이었다. 그의 별명은 걸어다니는 잡학박사였다.
 민주화된 흥명공업 노조에서 교육선전부장 등 간부활동에 열성이었던 박동국씨는 지산동 자취방 뒷산의 아카시아 꽃으로 술을 담아 내는 맛이 그만이었던, 큰 덩치에 어울리는 우직한 전라도 사나이였다.
 1987년부터 구미경실련 활동을 시작한 1994년 이전까지 두 사람과 함께 활동했던 필자는 동락공원관리소에서 주관하고 있는 ‘시민 헌수 및 기념동산 조성’ 캠페인을 보고 민주노동당 구미시지구당 초대위원장을 지냈던 김길용씨와 윤상규씨 등 옛 동지들에게 추모 숲 조성을 제안했으며, 화장 후 낙동강에 산골(散骨)했던 두 동지의 안식처를 이제야 마련하게 됐다.
 지난 4월 17일엔 지산동 도현사에서 전수자에 의한 승무와 살풀이 춤, 두 사람과 함께 했던 황대원 주지스님의 눈물어린 천도제가 있었으며, 추모 숲에서도 여러 동지들이 모여 술을 올리는 등 추모제를 가졌다. 올해부턴 해마다 노동절인 5월 1일에 추모 숲에 모여 두 동지를 추모하자는 말도 오갔다.
 한편 두 동지들이 진보정당의 대중화를 꿈꾸며 조직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던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활동이 오는 5월 1일 밤 MBC-TV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인민노련이 민주노동당의 주요한 뿌리였다는 주제 아래 ‘인민노련-혁명을 꿈꾸다’란 제목으로 전국에 방송된다. 인민노련의 대표였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명도 높은 인사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하며, 인민노련 구미지역위원회 대표였던 필자의 인터뷰도 짤막하게 나간다.
 두 동지들의 고생스러웠던 활동이 공인되는 성격의, 무척 반가워할 일이다.
 최양진 박동국 추모 숲은 장묘가 아니다.
 말 그대로 자연친화적으로 추모하기 위한 진보적인 방안이다. 보다 앞서서 ‘수목장(樹木葬)’에 대한 시민친화적 이해가 장려돼야 한다.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아래 묻은 후 나무에 고인의 표찰을 달면 그 뿐이다.
 작년 9월 고려대 교수를 지낸 원로 임학자 김장수 박사의 장례가 유언에 따라 수목장으로 치러져 널리 알려졌다.
 화장한 유골은 경기도 양평군 고려대 농업연습림의 50년생 참나무 아래에 묻혔으며, 나무엔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작은 표찰을 붙였다.
 이처럼 수목장은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이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장례법으로서, 그 나무는 김 박사의 영혼을 이어가는 영생목(永生木)이 된 것이다.
 수목장을 집단화한 숲을 ‘수목장림’이라고 한다.
 국토가 좁은 스위스는 생명의 터전인 국토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0년에 세계에서 제일 먼저 산림경영임지에 수목장림을 개설했다.
 수목장은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유럽지역과 일본에서는 이미 ‘자연장’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도 작년에 강현욱 도지사가 앞장서서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수목장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팔공산 은해사도 작년 11월 1만평의 수목장림을 지정했다. 대표적 풍수학자인 최창조 교수도 수목장을 장려하고 나섰다.
 매년 20여만기의 묘지가 새로 생겨 여의도의 1.2배에 이르는 산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보다 좋은 장묘법이 없다. 아울러 이미 장례를 치른 고인들에 대해선 구미시내 공원 곳곳에 나무를 심어 추모하자.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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