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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으로
이강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2017년 12월 28일(목) 14:27 [경북중부신문]
 

↑↑ 이강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 경북중부신문
 세모(歲暮)의 계절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희망과 발전, 그리고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그러다 한 해를 마감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후회와 절망에 빠지곤 한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다가 문득 빨간 글자로 써 놓은 20일을 바라본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숫자 밑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라 적혀 있다. 정상적으로 흘러왔으면 지금쯤 각 당에서는 서로가 자기네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거전으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을 시간이다.
 해마다 세모가 되면 다사다난이란 문구를 쓰곤 하지만 올해처럼 이 문구가 실감나게 다가오는 해도 드물 것 같다. 지난 3월 10일, 대한민국 유사 이래 처음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이 파면되고 그 후폭풍으로 인한 대 격변과 혼돈의 시간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새 정부는 법을 앞세워 적폐청산의 깃발을 높이 들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전 정부의 이른바 실세들은 줄줄이 법정에 서거나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사건 사건들의 시작과 종말을 바라보는 국민과 언론들의 시각(視覺)도 다양하다. 마땅히 청산되어야 할 일들이 청산되고 있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해도 너무한다, 이것은 적폐청산을 앞세운 정치보복이다’고 보는 쪽도 있다. 분명하고도 중요한 것은 ‘법 앞에서의 평등’이다. 내 편이 아닌 사람은 처음 죄목이 죄가 되지 않으면 재 수사, 재재 수사, 재재재, 재재재재 수사까지 벌여서 마침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죄목을 덮씌워서라도 벌을 주고야 마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반대로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입혔더라도 내 편이니까 법 위의 ‘사면권’을 써서라도 무죄로 처리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정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신뢰도는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필자는 ‘법 앞에서의 평등’을 넘어 ‘사랑으로’라는 대명제를 제시하고 싶다. 용서와 사랑은 강자(强者)의 몫이다. 법을 앞세운 앙갚음은 약자의 전유물이다. 법을 앞세워 반대자를 단죄하기는 지극히 쉬운 일이다. 이 방식은 권력만 손에 넣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사랑과 용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고차원적 상생(相生)의 방식이다.
 권력은 무상한 것이어서 오늘 내가 휘둘렀던 그 칼날에 내일 내가 이슬로 사라질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사랑과 용서는 지금 당장은 실행에 옮기면 손해를 보는 것 같고, 또 그렇게 하기가 지난(至難)한 방법이나 그 앞에는 화해라는 풍성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해 보라 크든 작든 한 기관의 장이 되면 사람인 이상 한 점 결점 없이 일을 처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모르게, 또는 의도적이든 부지불식간이든 잘못들을 저지르게 되면 사람인 이상 나름대로는 후회하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권력의 칼을 잡은 편이 경중을 가려서 덮을 것은 대범하게 사랑으로 덮어 주었을 때 훗날에 그려질 풍경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 하여 잘못을 묵인하고 방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은 당연하나 그 뒤에 용서와 연민의 눈길이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예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대통령들이 모두 바보들이라서 한결같이 앞 시대의 대통령들을 책하지 아니하고 껴안고 칭찬하며 함께 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CIA나 FBI의 메인 서버를 그 방면에 깊은 식견과 이해를 가지지 못한 민간인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법의 잣대만 들고 들여다본다면 그들에게 어찌 죄가 없겠는가? 모르긴 하지만 그 속에는 비밀을 담보로 한 불법, 위법 사안들이 가득히 들어 있을 것이다. 법대로 집행하자면 그들 역시 온전하게 살아남는 대통령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사안들에 대한 단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국익(國益)과 국격(國格), 그리고 인류의 평화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서로 덮어주고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
 적폐청산도 좋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적폐를 청산하고 든든한 국방 위에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至上)의 과제라는 사실에 이의(異意)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도 ‘사랑으로’라는 대 명제를 제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늙은이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 등등으로 끼리끼리 뭉쳐서 쪼개질 대로 쪼개진 국론을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고, 이 길만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화합의 나라로 만들어 가는 첩경이라 믿기 때문이다.
 새해를 며칠 앞둔 한 해의 세모에 와서도 기쁨과 행복의 새해 메시지보다는 걱정스럽고 막막한 심사(心事)가 우리의 가슴을 누르고 있다. 나라 안의 사분오열된 국론과 그로 인하여 팽배한 내로남불의 시각(視覺), 거기에서 만들어진 분노와 증오의 사회 풍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시탐탐 우리가 잘못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나라 밖의 검은 손길들이 너무도 긴박하고 팍팍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우리끼리 피가 터지게 싸움이나 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새해엔 사랑으로…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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