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舊臘)으로부터 새해에 걸치는 두 달도 채 안 되는 동안 대형 사고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건(12/3),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12/21), 종로 서울장여관 화재(1/20), 그리고 바로 어제(1/26)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들이 그것이다. 네 사건을 합하면 부상자를 제외하고 사망자만 해도 87명에 이르고 있다.
대형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어김없이 먼저 눈에 띄는 얼굴들이 있다. 이들은 마치 사고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누가 먼저 얼굴을 내미느냐를 경쟁하듯 현장에 나타난다. 그리고는 “참담한 심정이다.”고 울먹이거나 한 쪽에선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고 호통을 친다. 그리고는 돌아간다. 그뿐이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반복하는 연례행사다. 옛날부터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재 현장에는 소방관이 있어야 하고, 해난 사고에는 해경이 있어야 하며, 각종 사건, 사고 현장에는 관할 지역의 경찰관이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그 때마다 대통령이 뛰어가고, 당 대표들이 날아갈 일이 아니다. 물론 정치인들은 절대로 얼굴도 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정자들이 있어야 할 곳은 분명하게 따로 있다는 말이다.
국회의원은 입법의 현장에서 민생을 위한 세세한 조목까지 살피며 법을 보완하자면 임기 내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 국회의원들은 한 번 하면 다시는 의원직을 맡지 않으려 한다. 산 같은 책임감과 일 더미에 묻힌 나날이 너무 힘겹기 때문이며, 그러면서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할 정도로 보수는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의원들은 반대이다. 할 수만 있다면 죽는 날까지 의원직을 유지해 보려고 안달이다. 최고급 승용차 지급, 넉넉한 보수, 헤아릴 수 없는 특혜, 그에 비하여 의회에 참석하는 기본 의무도 준수하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할 일 안 하고 팽팽 놀아도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그런 자리를 누가 안 하고 싶겠는가.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백성들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사고의 미연 방지를 위한 법 집행과 시행령들을 보완하여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날밤을 새워야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인데, 지금 정부는 민생을 돌보는 일보다 더 급한 그 무엇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지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아무리 범정부적 차원의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각 부처는 그 부처의 자리에서 자기 고유의 업무에 충실해야 함은 말할 여지가 없는 것 아닌가. 특별히 민생을 맡은 부처는 민생을 돌보는 데 전념해 할 것은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어제의 밀양 병원 사건만 해도 그렇다. 허술한 소방관리기준법을 미리 손을 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도록 법만 손봐 놓았더라도 이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대형 화재 참사가 줄을 이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가. 민생과 치안보다 국민에게 더 중요한 그 무엇이 도대체 무엇인가.
위정자가 있어야 할 본연의 자리는 사고의 현장에 얼굴을 내미는 일이 아니다. 허술한 법의 맹점을 보완하고 시행세칙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여 이를 시행하도록 온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산하 각 기관에 화재를 비롯한 사고의 미연 방지를 위한 세밀한 매뉴얼의 작성, 그를 위한 훈련 상태의 점검 등 챙기자면 한도 끝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놓치고 엉뚱하게 사고의 현장에 얼굴이나 내미는 데 바쁜 역겨운 행태는 이제 제발 그만하라. 공연히 현장에 나타나 울먹이지 말고, 더욱이 그런 잡다한 일 홍보나 하는 쇼 같은 것 생각지도 말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밤을 새우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 그렇게도 절박하게 부르짖던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을 지금 국민들은 새 정부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되묻고 있다. “이게 국민이 안전한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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