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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현의 발
이강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2018년 02월 08일(목) 13:45 [경북중부신문]
 

↑↑ 이강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 경북중부신문
  우리 몸의 각 부위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기관은 없다. 그 중에서도 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트레킹 등으로 많이 걸은 날은 발을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격려를 하곤 한다. 특히 발바닥에는 각 부위에 따라 몸속의 여러 내장 기관과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은 뒤부터 운동 기구를 설치해 놓은 곳에 가면 거의 예외없이 발바닥 지압 길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건강관리 케어점 중에는 발 관리 업소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몇 해 전에 축구 선수 박지성의 발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온통 상처 투성이에다 굳은살이 뒤범벅이 된 험상궂은 발이 진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 바 있었다. 이번 호주 오픈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에서는 정현의 ‘너덜너덜해진 발’이 국민의 가슴을 짠하게 했다. 16강, 8강전을 치르는 중에는 진통제를 맞고 버텼으나 페더러와의 4강전에서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해진 물집이 진통제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불러왔던 모양이다.
 우리는 흔히 빛나는 성과를 거둔 스타가 탄생하면 그 영광에만 도취되어 뒤에 숨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은 간과하기 쉽다. 정현의 경우도 팔로우의 수가 벌써 10만을 넘어서고 이 한겨울에 테니스 교습을 받으려는 아이들이 줄을 섰다 한다.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으나 우리나라 부모들의 일류를 향한 교육병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한 모습이기도 하다.
 영국의 귀족학교인 이튼스쿨에서는 전 생도들에게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것, 특히 승마는 기본으로 할 것 등을 요구하는 규정이 있다 한다.
 우리 부모들도 자녀를 금방 박찬호, 박지성, 김연아, 박인비, 그리고 이제 또 정현 같이 만들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그저 평범한 가운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목표를 잡았으면 좋겠다.
 그런 가운데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스타로서의 재능이 발견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이번 호주 오픈에서 정현의 빛나는 승리도 본받을 만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보다 더 빛나는 것은 호주 오픈에 나온 대 스타들의 멋진 스포츠맨십이었다. 8강에서 정현에게 진 전 세계 1위였던 세르비아의 조코비치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가 팔꿈치의 부상이 정현과의 시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고 묻자 “내 부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현의 승리를 깎아내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그는 훌륭한 선수였고 아무리 좋은 공을 보내도 벽치기하듯 공이 되돌아왔다.”고 정현의 실력을 극구 칭찬했다.
 이번 호주 오픈 준결승에서 정현을 이기고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페더러 역시 정현의 부상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는 훌륭한 선수였다. 앞으로 대 선수가 되어 코트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실력을 가르치기 전에 이처럼 훌륭한 매너부터 먼저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 소중한 일일 것이다.
 온 나라가 희망을 잃고 있다. 특히 우리의 희망인 청년 세대가 희망의 노래를 잃어버리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희망은 오히려 바늘구멍이고 비트 코인이라는 희한한 마술의 세계에 속아서 나락(奈落)으로 떨어져 있다. 최저 임금의 인상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장의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겨울 북풍 설한, 절망의 반도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이십대 여드름투성이의 청년 정현이 따뜻한 남국 호주에서 부른 희망의 노래가 잠시나마 국민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오늘은 물집 잡힌 그의 발에게 감사하고 싶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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