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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백일장 고등부 산문부 장원 ○
환한 보름달 아래 텅빈 당신의 자리…
2005년 10월 11일(화) 04:34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현 미 려
경북생활과학고 2년

 오랜만에 우리집이 시끌법적하네요. 큰 아빠, 큰 엄마, 삼촌까지 다 우리 집에 모였어요. 얼마나 반가운지 밤이 깊은줄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어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약 4개월이 지났네요. 계절 중에 봄이 제일 좋다고 하셨는데 올해엔 봄꽃들이 피기도 전에 떠나서 얼마나 아쉽던지....
 이렇게 모두 모인 명절에 할머니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여겨져요. 할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들이 너무 먹고 싶은데,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자꾸만 귀에 맴도는데, 아무런 대답없는 할머니가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어요. 할머니가 눈 감는 마지막까지도.
 “ 형제간에는 절대 금이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며, 가족이란 울타리를 벗어나선 안돼”라며 걱정해 주시던 할머니, 눈 감는 그 순간 전 아무말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너무 슬퍼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어요. 나에겐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것이 처음이었고, 이별이 시리고 목이 메어 오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나에게 엄마의 역할을 다 해주시고, 맨날 울보라고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 세상에 험한 일이 많아. 그럴때일수록 눈물을 보여선 안돼! 눈물은 약한 사람들이 흘리는 거야.”라며 걱정해 주셨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달빛이 밝네요.
 “ 에구... 우리 손녀 얼굴이 저기 있네.” 라며 늘 달처럼 둥글다고 놀렸쟎아요. 어릴적 엄마 품에서 떠나 할머니와 같이 자고 함께 손잡고 학교 가는 길이 생각나네요. 엄마얼굴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걸 가엾은 아이라며, 다른 엄마들보다 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시고, 한글도 가르쳐 주고, 성당에 가서 내 기도를 더 많이 해 주셨쟎아요. 전 두눈 감고 정성스레 기도하시는 할머니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날 사랑해 줬는데... 제가 잘못한 일이 생겨 종아리를 맞고 퉁퉁 부은 다리에 약을 발라 주시면서 “ 할머니가 너 미워서 그러는거 아니다. 우리 손녀의 마음속이 내집인데 집이 비뚤어지면 어떻하니.”
 항상 많은 것을 못 줘서, 일찍 엄마를 잃게 해서 미안하다고 내 손을 꼭 잡아주시던 할머니. 아빠가 새 엄마를 데려 오신 날, 할머니는 날 친자식처럼 꼭 잘 키워달라며, 상처주지 말라며, 당부하고 또 당부하셧죠. 걱정말아요. 할머니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 좋으신 분이니까. 무엇보다 할머니 제사상 차려야 한다고 흠집없고 신선한 재료만 고집하셨어요. 이제 마음 놓이시죠.
 이렇게 추석명절에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그 너그럽던 미소가 너무 보고 싶네요.
 밝은 보름달이 세상을 환히 비추는데 할머니의 방만이 컴컴해요. 아무리 밝은 보름달이라도 할머니의 빈자리 만큼은 채우지 못하나 봅니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 늘 고구마, 밤등을 삶아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눈 앞에서 아른거립니다. 추석에 많은 친척들이 모여도 당신의 빈자리는 아무도 채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한 평생 자식 걱정만 하다 떠나신 가엾은 우리 할머니....
 제 가슴 속에 영원히 계시는 거죠?
 제 귀를 스치는 가을 바람이 할머니의 목소리처럼 들리네요.
 너무 보고 싶습니다.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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