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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 송구 – 사과 – 사죄”
이강룡(본지 논설위원)
2022년 11월 25일(금) 17:01 [경북중부신문]
 

ⓒ 경북중부신문
언어 현상은 시대 환경의 변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세종대왕이 1446년 한글을 반포할 때의 글자를 보면 국어를 따로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외국어와 별로 다르지 않을 정도로 생소한 모습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은 어떤 시대 상황의 특별하고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마다 변화를 겪게 됨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왜인들에 의한 임진왜란, 청인들이 일으킨 병자호란, 그리고 1894년 모든 문물의 서구화를 선언한 갑오경장 등이다, 시대를 지나고 보면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게 된 요즘의 사회 현상도 급격한 언어 변동의 한 요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 글에서 쓰고자 하는 것은 위의 예처럼 언어 일반적인 큰 덩어리의 언어 현상 변화에 대하여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를 지적하고 이를 바르게 사용하기를 기대해 보는 데 있다.
첫째는 ‘유감’이란 단어이다. 이 단어는 주로 정치인이나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말 중 대표적인 말이다. 유감(遺憾)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사안에 대하여 ‘내가 불만이 있음을 완곡하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시작은 주로 외교 관계에서 ‘우리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아쉽고 불만이 있지만’ 상대국에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완곡하게 표현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이것이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계에 들어와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 용서를 빌어야 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정치인이나 세칭 사회 지도층이 ‘유감 표명’이란 말을 쓸 때는 역겹기가 그지없다. ‘유감 표명’의 뜻인즉 ‘지금 내 마음이 언짢고 불만이다’는 뜻인 것이니 이 무슨 적반하장의 표현이란 말인가? 백번 양보하여 유감(遺憾)을 유감(有感)으로 봐 주려 해도 그 뜻이 ‘느끼는 바가 있음’이니 역겹기는 마찬가지이다. 잘못을 표현하고 국민 앞에 사죄를 구하자면 거기에 딱 맞는 말이 여럿 있다. 가장 맞는 말은 ‘송구스럽다’이다. 이 말은 윗사람 앞에서 아랫사람이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는 말이다. 자기들이야 국민을 ‘개, 돼지’로 보든 말든 분명히 헌법상에서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고 저들은 머슴이다. ‘송구’가 정 걸린다면 ‘사죄’도 있고 ‘사과’도 있다. 저들이 이런 말이 있음을 몰라서 ‘유감’이란 말을 쓰겠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백주에 천인공노할 반국가적 중죄를 저질러 놓고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것도 억지로 기껏 ‘유감을 표한다’란 건방진 말은 이제 정말 그만 들었으면 한다.
둘째로 자주 잘못 쓰는 말은 ‘행여나’와 ‘혹시나’이다. 전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을 때 사용하는 말이고, 후자는 부정적인 우려로 걱정될 경우에 쓰는 말이다. ‘행여나 그 사람이 여기에 올까’ 기다려진다. ‘혹시나 이 비 때문에 그가 올 수 없을까 걱정된다.’ 등으로 사용처가 다른 말이다.
생각 없이 쓰는 말, 셋째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자는 정답이 아닐 때 쓰는 말이고, 후자는 A와 B가 같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너는 이 문제의 답이 틀렸어’, 그리고 ‘가지와 파는 다르다’ 등으로 사용하여야 하는데 ‘가지와 파는 틀리다’ 등으로 오답을 했을 경우에나 서로 같지 않을 때나 모두 ‘틀리다’로 사용할 때가 많은 것이다.
근본적으로 언어의 규칙은 언중(言衆)이 사용하는 언어 현장의 현상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규칙이 먼저는 아니나 그 규칙이 바뀔 때까지는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문화 민족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이강룡(본지 논설위원)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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