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역을 자주 오르내릴 때마다 가슴 한 켠을 차지했던 풍경은 역전에 모여 술병을 기울이는 십여명의 노숙자였다. 그 중에서도 검정 안경테에다 구레나룻 수염을 한 40대 초반의 중년은 열이면 아홉번은 취기를
2005년 12월 05일(월) 04:46 [경북중부신문]
그런데 지난 여름, 구포역전의 그 노숙자는 보이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필자는 그의 신상명세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지방 명문대 졸업에 중소기업 대표, 그러나 97년 IMF로 도산을 했고, 가정은 붕괴되었고, 폭우처럼 쏟아지는 빚독촉에 못이겨 집도 절도 없이 노숙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 그의 과거였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막노동판으로 뛰어든 그는 그곳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옛 영화를 스스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기를 위한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종종 지면을 통해 감동을 주는 노숙자 출신의 성공한 사례의 대열에 그가 머지 않아 합류 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흥했다가 망해 노숙을 하는 많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을 전락시킨 외부적 여건에 대해 저주와 증오를 하게 되고, 만성화되면 신세타령을 하면서 허무주의자의 길을 간다. 인생의 낭떠러지로 가고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의 몇몇은 내부 정비를 통해 두주먹을 불끈쥐고 재기를 향해 이빨을 앙다문다. 땅끝까지의 절망을 체험한 소수의 그들은 재기에 성공을 하고, 지면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적혀 있는 풀랙카드 덮힌 구미시내를 거닐다보면 가슴이 답답해 올때가 많다. 열이면 한 둘의 플랙카드에는 “시민이 다 죽어간다.”는 것이요, “ 구미공단이 망해간다.”는 허무형 절규가 여백을 차지하고 있다. 죽어가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말인지, 이 판국에 주저앉고 말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또 일부 지도층들은 연일 규탄사만 쏟아낸다. 그래 끝까지, 정부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어쩌자는 것인가. 칼자루를 쥔 권력이 끄떡도 않는 판국에 365일 규탄만 하자는 것인가.
불안하고, 절망적인 분위기 조성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쪽은 자영업자요, 서민과 근로자들이다. 길거리에 내동뎅이 친 노숙자도 재기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 옛날의 영화를 뛰어넘어 부귀영화로 가는데 우리는 어쩌자는 것인가.
서민과 근로자에게 희망을 주는 지역 지도층들이 되기 바란다. 규탄장으로 불려나와 몇시간 동안 선 채 목이 쉬어라고 외치는 서민과 근로자들 앞에서 의자에 편히 앉아 마치 가을 풍경을 구경하듯 하는 지도자들이 있는 한, 서민과 근로자들은 제 2,3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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